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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막걸리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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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입력 : 2024-08-0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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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이 가까운 할머니의

헛기침 소리에

산새들이 대답을 한다.


산 모퉁이 언저리에

정겹게 자리한

노랑 대문집...


그 집에 가면

찌그러진 노오란

양은 막걸리잔이 있다.


고향의 정이 묻어 나는

노란 양은 막걸리잔...


이리저리 흔들어

찌그러진 노란 양은 막걸리잔에

뽀얗게 따라 주는 막걸리 한 잔...


막걸리 한 잔에

세상사 속앓이 시름이

모두 삭혀져 간다.


뭇 사람들의 인생도

삭혀져 간다.


♥︎


"자, 한 잔 쭈우욱 마시고 이 무더위 젼뎌 보자고잉~"


옆자리에 앉은

친구인 듯한 두 분의

다정한 대화에서

풋풋한

인간의 정이 묻어 나온다.


찌그러진

막걸리 잔에서만 나올 수 있는

그 찐한 정...


매끈하게 다듬어진

맵시 있는 쐬주잔에

정이 안가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일 게다.


♥︎♥︎


뼈라도 우려 낼 듯

칼날처럼 내리 꽂는

한 여름 뙤약볕에서

농사일을 하시던 아버지...


까맣게 그을려

까무잡잡해진 모습이었을 지라도

아들 향한 눈빛 만큼은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으셨던 아버지...


힘든 농사일에

잠시 한 숨 돌리며

논두렁에 걸터 앉아

한 잔 가득 따라 쭈우욱~

단숨에 들이키시던

막걸리 한 잔...


♥︎♥︎♥︎


"여기 막걸리도 팔지요?"


"그럼요."


"무슨 막걸리지요?"


"물론 직접 만들어 막 걸러낸 막술이지요."


"그래요? 그럼 막술 한 주전자 하고 두부 한 접시 부탁합시다."


♥︎♥︎♥︎♥︎


잠시 주방에서

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두부김치 한 접시와

노란 주전자에 막걸리 한 되를 내온다.


찌그러진 노란 주전자와

찌그러진 노란 막걸리 잔...


사실,

이 맛에 이 집에 오곤 하기도 한다.


찌그러진 주전자와

찌그러진 막걸리 잔이

왠지

그 옛날 논두렁에서

시원하게 벌컥벌컥 마시던

아버지의 술 잔이

생각난 때문이려니...


그 찌그러진 양은술잔에

막술 한 잔 가득하게 따라 놓고

세월을 헤아려 보노라니...


세상 참 많이도 변했다.


아니, 천지 개벽을 했다.


♥︎♥︎♥︎♥︎♥︎


우리 시대에

어렸을 때 추억 중

아버지 막걸리 심부름 한 두번은

대부분 경험이 있을거다.


동구밖에 있던

점빵은 왜 그리 멀었던지...


점빵 아주머니께서

찌그러진 노란 주전자에

막걸리 두 되를 담아 주시면

낑낑 대며 들고 오던 기억...


그 때,

그 놈의 주전자가

그렇게도 무거웠었다.


힘들면

주전자에 입을 대고

꼴딱 꼴딱 마셔가며

받아 오던 막걸리...


그 때 훔쳐 먹던

막걸리 맛은 아닐지라도

제법 분위기는 그럴싸 하기에...


♥︎♥︎♥︎♥︎♥︎♥︎


마늘 냄새에도 취하던 눈이

막술 몇 잔을 마셔도

끄떡조차 하지 않는다.


또다시 잔을 들고

벌컥벌컥 마셔보는

막걸리 한 잔...


무르익는 분위기에

추억이 흐르고

목줄기를 타고 흘러드는

그 맛이 참 시원키도 하다.


맛도 맛이지만,

막술 한 잔에

시쿰하게 묻어 나는 설은 인정이

참 아름답기도 하다.


어이,

자네도 끈끈한 인정 묻어 있는

막술 한 잔 하실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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