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막걸리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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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이 가까운 할머니의
헛기침 소리에
산새들이 대답을 한다.
산 모퉁이 언저리에
정겹게 자리한
노랑 대문집...
그 집에 가면
찌그러진 노오란
양은 막걸리잔이 있다.
고향의 정이 묻어 나는
노란 양은 막걸리잔...
이리저리 흔들어
찌그러진 노란 양은 막걸리잔에
뽀얗게 따라 주는 막걸리 한 잔...
그 막걸리 한 잔에
세상사 속앓이 시름이
모두 삭혀져 간다.
뭇 사람들의 인생도
삭혀져 간다.
♥︎
"자, 한 잔 쭈우욱 마시고 이 무더위 젼뎌 보자고잉~"
옆자리에 앉은
친구인 듯한 두 분의
다정한 대화에서
풋풋한
인간의 정이 묻어 나온다.
찌그러진
막걸리 잔에서만 나올 수 있는
그 찐한 정...
매끈하게 다듬어진
맵시 있는 쐬주잔에
정이 안가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일 게다.
♥︎♥︎
뼈라도 우려 낼 듯
칼날처럼 내리 꽂는
한 여름 뙤약볕에서
농사일을 하시던 아버지...
까맣게 그을려
까무잡잡해진 모습이었을 지라도
아들 향한 눈빛 만큼은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으셨던 아버지...
힘든 농사일에
잠시 한 숨 돌리며
논두렁에 걸터 앉아
한 잔 가득 따라 쭈우욱~
단숨에 들이키시던
그 막걸리 한 잔...
♥︎♥︎♥︎
"여기 막걸리도 팔지요?"
"그럼요."
"무슨 막걸리지요?"
"물론 직접 만들어 막 걸러낸 막술이지요."
"그래요? 그럼 막술 한 주전자 하고 두부 한 접시 부탁합시다."
♥︎♥︎♥︎♥︎
잠시 주방에서
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두부김치 한 접시와
노란 주전자에 막걸리 한 되를 내온다.
찌그러진 노란 주전자와
찌그러진 노란 막걸리 잔...
사실,
이 맛에 이 집에 오곤 하기도 한다.
찌그러진 주전자와
찌그러진 막걸리 잔이
왠지
그 옛날 논두렁에서
시원하게 벌컥벌컥 마시던
아버지의 술 잔이
생각난 때문이려니...
그 찌그러진 양은술잔에
막술 한 잔 가득하게 따라 놓고
세월을 헤아려 보노라니...
세상 참 많이도 변했다.
아니, 천지 개벽을 했다.
♥︎♥︎♥︎♥︎♥︎
우리 시대에
어렸을 때 추억 중
아버지 막걸리 심부름 한 두번은
대부분 경험이 있을거다.
동구밖에 있던
점빵은 왜 그리 멀었던지...
점빵 아주머니께서
찌그러진 노란 주전자에
막걸리 두 되를 담아 주시면
낑낑 대며 들고 오던 기억...
그 때,
그 놈의 주전자가
그렇게도 무거웠었다.
힘들면
주전자에 입을 대고
꼴딱 꼴딱 마셔가며
받아 오던 막걸리...
그 때 훔쳐 먹던
그 막걸리 맛은 아닐지라도
제법 분위기는 그럴싸 하기에...
♥︎♥︎♥︎♥︎♥︎♥︎
마늘 냄새에도 취하던 눈이
막술 몇 잔을 마셔도
끄떡조차 하지 않는다.
또다시 잔을 들고
벌컥벌컥 마셔보는
막걸리 한 잔...
무르익는 분위기에
추억이 흐르고
목줄기를 타고 흘러드는
그 맛이 참 시원키도 하다.
맛도 맛이지만,
막술 한 잔에
시쿰하게 묻어 나는 설은 인정이
참 아름답기도 하다.
어이,
자네도 끈끈한 인정 묻어 있는
막술 한 잔 하실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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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걸리 한잔.mp4 (26.8M)
0회 다운로드 | DATE : 2024-08-03 1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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