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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수박서리의 추억을 소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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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입력 : 2024-07-17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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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최고조에 달하던

삼복더위의 여름밤,


뒷동산 모정에는

어김없이 모깃불 연기가

매케하게 피어 오르고,


어스름 구름에 가려진

달빛마저도 흐릿한

초저녁 어둠이 밀려 들 즈음,


개구장이 친구들과

건너 동네에 있는

수박밭으로 향했다.


하교길에 잘 봐두었던

할아버지네 수박밭 이랑을 따라

슬금슬금 기어가서,


잘 익은 수박 한 덩이씩

얼른 따들고

되돌아 오는 것이 목표다.


늘상 말썽을 도맡아 오던

마을의 개구쟁이들에게

수박서리 정도는

누워서 떡먹기 만큼

쉬운 일이었다.


혹여

원두막에서 잠이 든

밭주인 할아버지께서

눈치를 채고

"어떤 놈들이냐?"고

고함이라도 치시면

평소 약속된

작전에 돌입하곤 했는데,


할아버지의 엄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줄행랑이 아닌

밭고랑을 헤집고

뛰어 다니는 것,


수박덩쿨은

한 번 상하면

더이상 성장이 안될 뿐 아니라,

수확이 안되어

농사를 망친 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던

개구쟁이들이다.


할아버지께서 목소리를 높이며

달려오실 땐

줄곧 이 방법을 사용하여

할아버지의 애간장을 녹였었다


할아버지께서도

밭을 온통 망가트려

농사를 망치느니

차라리

서리를 조용히 마치고

무사히 돌아가 주기를

바랄 수 밖에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이놈들아, 먹을 만큼만 따고 조심해서 나가거라"


채념하신 할아버지의

나즈막한 목소리를 들으며

킥킥대며

개선장군처럼 수박밭을 나오던

그 철부지들...


그렇게

수박 한 덩이씩 옆구리에 끼고

돌아 나올 때

짜릿했던 그 스릴감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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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리를 해온 수박을

동구밖 똑다리에 모여 앉아

주먹으로 깨어

한 입 가득 배어 물면


"아~ 달콤한 꿀맛~


그렇게 서리한 수박은

그 어느 수박보다

더 맛이 있는 꿀맛이었다.


개구쟁이들의 짓꿎었던

서리의 추억은

수박과 참외 서리에

그치지 않는다.


깊은 밤에

친구집 담장을 넘어

토끼와 닭, 오리를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오기도 했고,


누구네집 제삿날이면

장독대에 준비해 둔 음식을

쌔비쳐다 먹기도 했으며,


동구밖

고구마밭 덩굴을 모두 뒤져

고구마 서리로

불타는 밤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날밤 '거사'에는

밭이나 동물의 정보를

가장 확실히 알고 있는

주인집 아들이 꼭 끼어있곤 했었다.


♤♤♤♤♤♤♤


이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그시절

여름밤 수박서리의 추억을

소환해 보며, 


본격적인

삼복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초복을 넘겼다.


복날이 되면

개구쟁이들끼리 모여

농담처럼 키득거리던 그 말,


"오늘이 멍멍이와 닭들의 기일이랑께" 하며

킥킥대던

그시절의 추억은

오늘도 어김없이 소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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