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빗소리에 어리는 낭만의 막걸리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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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 생각나는 건
오롯이 자연과 친화 되어
주거니 받거니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이 제격이다.
비안개 축축하게
온 세상을 감싸고,
습기 눅눅함에
퀘퀘한 냄새
풀풀 풍겨나는 장마철...
온돌방이라면
부뚜막 아궁이에
부짓깽이 들고 달려들어,
구들에 군불이라도 지펴
눅눅함을 다스려 보련만...
검은 무쇠솥에
나무주걱으로 후적후적 뒤적이며
검은 반미콩 달달 볶아,
아랫묵에 배깔고 누워
콩 한 줌 가득 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어대던
젊은 시절 튼튼했던
치아의 강건함에 대한 아쉬움...
빗소리 그윽하니
멀리 원주 주천골
옥수수막걸리가
맛나 보이는 날이다.
괜시리 핑계삼아
계란말이에 막술 한 잔 시켜 놓고
투덜투덜 주정하며
술꼬장 한 판 부려 보건만,
예전처럼 누구 하나
작은 관심조차 주지 않는
재미없는 시절이다.
그러저러
살아 온 세월의 흐름에
빗소리도 자작한데,
밀려드는 이 허전함을
어찌 그냥 홀로 달랠 수 있으랴.
노랑대문 선술집 주모에게
막술 한사발 부탁하고
입맛 쩍 다셔가며
침 흘려 기다려 보는데...
비오는 날,
파전에 막 술 한 잔 기다리기가
이토록 인내를 요한다.
허름한 주막집
선달 작부 섞어 놀며
막술 따라
주거니 받거니
풍류는 즐거웁고...
퀭하게 취한 눈
크게 뜨고 바라보니
산 중턱을 내려 앉은 비안개가
기막히게 멋드러지다.
바람따라 구름따라
덧없이 흐르는 인생이
세월따라
무심함으로 흘러 가나니,
시절 또한 하수상하고,
어지럽게 밀려 드는
세상사 근심걱정에
술취한 마음 조차
아찔한 시대다.
세월길 무심코 지나치며
느껴보는 바이지만,
누구나 노쇠하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참으로 서러운 일인 듯 싶다.
부드럽게,
온화하게,
사랑스럽게...
그리고
작은 배려심이라도 한자락
진즉 배워 뒀더라면
그거라도 앞세워
비척 거릴 수도 있으련만,
세상을
험하게 살아 온 탓일까?
작은 배려심은 그만두고
자꾸만 밀려드는
초조함에 안절부절...
제대로 닦이지 않아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진
퉁명스런 말투...
그렇게
가는 세월에 나약해진 마음은
더욱 다급해져
속좁은 인간성만 돋보이고 만다.
흔하디 흔하던
참새소리 조차 들리지 않는
습하고 무더운 여름날에,
마음 상한 초로의 심정으로
쏟아지는 빗소리 헤치며
터덜터덜 골목길을 걷다 보니...
왠걸~
똠방각하 비틀거리는
저기 저 골목 뒷고기집에
신의 축복이 내렸다.
"오~ 주여~" 를 외치며
맞부딛는 술잔들의
춤사위가 시작되고,
순간,
시끌벅적해진 소란에
사나워질 대로 사나워져 버린
여름 빗소리 조차
다소곳하게 숨을 고른다.
자작자작 내리는 빗소리는
어찌 이리도
사내의 마음을 설래이게 하노?
막술 한대접
그윽하게 따라 부어
흰 뜸물 새끼손가락으로 휘휘 저어,
주거니 받거니
오가는 잔 부딛는 소리에
유쾌한 똠방세상...
여름비는 내리고,
맛깔스레 넘어가는
막술 한 사발이
이토록 시원코 시원쿠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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